[밤의추억의 추억상자]

태양의 여행자 - 10점
손미나 지음/삼성출판사



  손미나씨는 밤의추억의 머릿속에 예전 KBS 간판 아나운서여행작가라는 타이틀 이전에 가장 열정적인 삶을 살고 있는 사람중에 하나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이전에 손미나 의 '스페인 너는 자유다'(밤의추억의 리뷰 바로가기)를 리뷰한 적이 있었는데 새로 동경을 다녀와서 발간한 책이 나와 있어서 읽어보았습니다. 전작인 '스페인 너는 자유다'는 예전 손미나씨가 스페인 유학시절을 정리하여 책으로 발간했기 때문에 여행기이기도 했지만 유학수기와 같은 면이 많았는데 이번 '태양의 여행자 - 손미나의 도쿄 에세이'는 여행작가로 변신한 후 첫 순수한 여행기란 점에서 밤의추억은 손미나씨가 일본의 어떤 모습을 우리에게 선물해 줄 지 사뭇 기대가 됩니다.

  일본은 그 문화적 색채가 강한 나라로써 우리나라와도 지리적으로 가까와 경비가 비싸다는 제약만 없다면 자주 여행을 다니고 싶은 나라 중에 하나입니다. 일본에 갈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이동을 많이 해야하는 배낭여행자로써는 일본의 교통비와 물가는 참으로 큰 제약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일본을 일주일 정도 여행하고 돌아와서 계산해 보았더니 중국에 한달을 체류할 수 있을만한 경비를 지출해 버렸다는...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손미나 씨가 보고 느낀 곳을 함께 여행하면서 역시 여행은 돈으로 하는 것은 아니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물론 손미나씨는 밤의추억처럼 궁핍하지 않으니 경비가 지출되는 곳도 다니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볼때 나무랄 데 없는 경비운용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유명한 관광지나 이런 곳 보다는 좀더 일본인들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을 돌아다닌 것만 보더라도 단순한 관광 차원의 여행을 하는 사람은 아니구나 하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번 책을 읽으면서 다시한번 손미나 씨가 대단하다고 느낀 것은 현지인과의 친화력입니다. 아마도 손미나씨가 기획된 곳으로만 여행을 했다거나 아니면 여행 가이드에 있는 곳을 중심으로 여행을 했더라면 아마 일주일 남짓한 여행에 이렇게 책 한 권 분량의 이야기 보따리를 챙겨오지는 못 했을 것입니다. 아마 일본에 좀 다녀 봤단 분들도 '오호... 도쿄에 이런곳이 있었어?' 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외부인인 여행자가 찾아다니기 힘든 곳에서 현지인들과 진심이 우러나는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것은 아마도 손미나씨만이 가진 특별한 재능이 아닐까 싶습니다. 일본인하면 흔히 '겉과 속이 다르다'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만 한국인이 듣기에는 신뢰할 수 없는 사람 이란 의미이지만 실상 속을 들여다 보면 이것은 그들의 문화이며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이 일본인 방식의 예절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일본인의 입장에서 겉과 속이 같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국인들이 하는 행동을 볼 때는 '왜 저렇게 예의가 없을까?'하고 의아하게 생각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체류시간의 제약이 있는 여행자로서는 일본인들의 이 '겉'을 돌파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아무래도 그 '겉'을 지나쳐 그들의 '속'을 알기에는 일정 시간의 친분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책 속에서 손미나씨는 이런 그들의 '겉'을 순식간에 뚫고 들어갑니다. 그리고 그들과 10년지기 같은 레벨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정말 기회가 된다면 손미나씨가 여행하는 곳을 미행이라도 해보고 싶을 정도입니다. 그 비결을 배우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밤의추억의 여행도 한층 더 풍부해 질테니까요. 신주쿠의 동성애자 거리 술집 주인아저씨와의 만남도 가마꾼 하치와의 만남도 또 그 가마꾼 하치와의 만남으로 가지치기를 한 게이샤 노리애와의 만남도 그렇습니다. 술집 주인은 술마시고 그 자리를 나오면 그만이고 가마꾼은 가마를 타고 안내를 받고나면 끝이고 일반적인 생각으로는 그것이 그 인연의 전부라고 생각하겠지만 손미나씨에게는 그것이 아닌가 봅니다. 가마꾼인 하치를 통해 현대의 게이샤 노리에씨를 만난것도 아마도 밤의추억은 엄두도 못 낼 전개였습니다. 오키나와 식당 할머니와 그 가게에서 만난 손님의 아버지가운영하는 스시집을 간것도 그리고 그 아버지의 아침시장 장보기에 따라나선것도 참 뭐랄까 운이 좋다면 한마디로 운이 좋다로 끝날 수도 있지만... 운이 이처럼 계속되면 '운도 실력이다'라는 말이 절로 생각 날 수 밖에 없습니다. 아마도 손미나씨와 밤의추억과의 차이는 아마도 그런 스쳐가는 인연에 얼마나 관심을 쏟는가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남들은 그냥 스쳐가는 인연일 것을 서로의 인생에 영향을 주는 그런 좋은 인연으로 가꾸어 가는 것이 손미나씨만의 경쟁력인 것 같습니다.

 사람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것은 시간이란 말이 문뜩 생각납니다. 결국은 그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생이 결정됩니다. 그런데 '태양의 여행자'를 읽고 현격한 시간 활용의 벽을 보고 말았습니다. 밤의추억도 여행을 많이 다니고 있지만 그렇게 여행을 많이 하고도 아직 책 한권을 쓸 엄두를 못 내고 있습니다. 책 한권은 커녕 이 블로그에 여행관련 글을 포스팅 하는것 조차도 글재주가 없어서 고심을 하고 있습니다. 손미나씨의 이번 동경행은 일주일 남짓의 짧은 여행이었습니다. 밤의추억은 보통 한번 한국땅을 뜨면 최소 한달이상을 돌아다닙니다. 하지만 항상 돌아와 보면 글을 쓰기가 어렵습니다. 밤의추억 또한 별로 관광지 위주로 여행을 하지 않기 때문에 별로 보고온 것도 없는거 같고 사람들이 별로 관심 없어할 것 같은 그냥 나 자신에게만 의미있는 것 같은 그런 마음이 들 때가 많습니다.

  손미나씨의 '태양의 여행자'를 읽고나서 밤의추억이 충격을 받은것은 어떻게 하면 이리도 짧은 시간에 이렇게 책 한권 분량의 이야기 보따리를 챙겨왔는가 입니다. 치밀하게 계획한 흔적도 보이지 않는데 그리고 여행중에 생긴 우연한 만남이 이끈 여행이었는데 여타 어느 여행가 보다도 훨씬 더 다양하고 진귀한 이야기들을 챙겨왔으니 거참 부러울 따름입니다. 책으로 전해지는 것만해도 이렇게 많은데 손미나씨 자신이 보고 느낀 것은 얼마나 또 많을까요. 역시 여행을 하는 사람들도 다 내공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되었고 또 겸손해 졌습니다. 앞으로는 밤의추억도 여행을 하면서 주변에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좀 더 다가가려고 노력을 해 보아야 겠습니다. 그 인연 속에서 밤의추억에게도 그 사람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그런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경험을 선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책은 도쿄를 여행하려고 하는 여행자에게는 강력 추천합니다. 특히 이미 웬만큼 돌아다니셔서 여행사이트나 여행자 가이드에 나온 관광지에 식상하신 분들에게는 정말 좋은 책이 될 것입니다. 아니면 기존의 여행 방법에 식상함을 느껴서 좀 더 새로운 방법을 모색중이시거나 아니면 다른 여행자들이 어떤 시각과 관점을 가지고 여행을 하는가가 궁금한 단계에 이르신 분들이라면 책을 읽으면서 알차게 시간을 보내실 것입니다. 앞으로도 여행에 관련된 책을 읽고 좋은 책이 있으면 또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밤의추억 이만 물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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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밤의추억(Nightmem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