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추억의 추억상자]

  "푸틴 막내딸, 한국에 시집온다"<기사보기> 라는 제목의 2010.10.29일자 중앙일보 기사를 보았을 때 밤의추억도 그 기사를 읽었다. 기사를 클릭하면서 "와! 우리나라하고 러시아하고 사돈 관계 되는거야? 쿨한데!" 하지만 이내 기사 내용을 읽으면서 씁쓸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다. 왜냐하면 기사 내용이 어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밤의추억은 뭔가 확정 되거나 발표가 난 줄 알았다. 그러나 사실 보다는 주위사람들을 유도신문하여 추론한것을 사실처럼 써 놓은 것에 불과했다. 꼭 연예인들 열애설 나듯이 말이다. 밤의추억을 경악케 한 부분은 기사 중간에 있었다. 씨의 아버지인 윤 전 제독이 이들의 프라이버시를 들추지 말라고 부탁하는 인터뷰 내용이 나오는데 그걸 또 그대로 기사 내용으로 썼다.

  아마도 이 기사를 쓴 기자들은 아무런 확정도 없이 이런 저런 사람으로부터 듣고 추론하여 썼으니 근거로 삼을 것이 필요했으리라. 주 일 대사란 분도 기자 앞에 두고 남의집 사생활에 대해 썰을 푸셨으니 참으로 실없는 분이란 생각이 들고. 윤 전 제독도 군 출신이 아니었다면 그냥 '노 코멘트'내지는 '할 말 없습니다'로 일축했을텐데 이 양반 고지식해서 기자님들의 농간에 놀아나셨다. 유도신문하여 저 인터뷰를 녹음(인터뷰 내용을 부정하는 것을 보니 녹음조차 없다면 참으로 이 기자분들 얼척없다하겠다)하면서 무릎을 탁 쳤을 지도 모를 일이다. 자식의 프라이버시를 걱정하는 부모 마음과 부탁이야 어찌 되었던 현재 사랑하고 있는 젊은 연인의 관계야 어찌되건 또 총리라고는 하지만 일국의 수장이나 마찮가지인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의 입장이야 어찌 되었던. 특종하나 잡았다는 기쁨에 손가락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기사를 적어나갔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특종, 기사, 대박 이런 것 이전에 한번 상식적으로 생각 해 보자. 푸틴 총리 일가가 무슨 연예인 스캔들(연예인 스캔들을 내도 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내듯이 기사를 내도 되는 인물인가 적어도 뭔가 명확한 근거를 가지고 기사를 써야 하는 인물인가? 적어도 지식층에 속하는 기자라면 내가 쓴 글이 가지고 올 파급효과 정도는 생각해 보고 글을 써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어쨌던 찝찝함이 채 가시기도 전에 다음 기사가 떴다.

˝푸틴 딸 한국인과 결혼설 사실무근˝(종합2보)

러` 총리 공보실도 `푸틴 딸 결혼설` 부인

흠....

여기부터 뭔가 좀 심상치가 않았다.

그러더니 급기야

˝푸틴 딸과 교제 윤씨, 모스크바 직장 사표˝

<푸틴 딸과 한국인 윤 씨 교제 파국 위기>

"푸틴 딸-윤씨 파국? "모든 연락 끊어졌다"

  밤의추억푸틴 총리 막내딸 예카테리나 푸티나와 한국인 윤씨 결혼설이 사실이고 아니고를 논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사실이었다면 참으로 참담하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을 것뿐더러 언론의 무책임함이 젊은 남녀의 인생을 난도질 했으며 한-러 양국간의 관계에 해를 끼쳤는 가에 대한 대표적인 본보기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 판단은 굳이 밤의추억이 언급하기보단 이 글을 읽고 위의 기사를 읽은 독자들에게 맡기겠다.

  다만, 밤의추억이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은 요즘 언론과 기자들이 기사를 쓰는 경향에 대해서 언급하고 넘어가고 싶다. 요즘 인터넷 신문이 발달하면서 너무도 품격이 떨어지는 기사들이 만연하고 있다. 무조건 클릭수를 유도하기 위한 선정적인 제목에 클릭해 보면 제목과는 관계 없는 기사가 뜨는 낚시글에 기본적인 언론으로써의 책임감이나 도덕성이 결여되어 있는 듯한 추측성 기사 또는 음해성 기사들이 바로 그것이다.

  서구권에는 타블로이드(tabloid) 신문이 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스포츠 신문과도 같은류의 출판물인데 주로 연예인들 가십이나 얼토당토 않은 "우리 딸이 외계인의 아이를 가졌어요!" 따위의 그냥 흥미본위 시간 때우기용 기사들을 주로 싣는 소모성 비주류 출판물이다. 이런 출판물에 대해서는 대중들도 별 기대를 하지 않으며 사실이나 근거 또는 언론으로써의 책임감이나 도덕성을 논하지도 않는다.

  밤의추억이 걱정하는 것은 중앙일보처럼 그래도 한 나라의 주류 언론사들이 최소한의 언론으로써의 품위나 도덕성 공정성을 배제한 채 위에서 언급한 흔히 말하는 찌라시 수준의 수준 낮은 기사들을 양산하고 있다는 거다. 기자들도 최소한 인터넷 클릭수에 따라 좌우되는 성과 중심의 기사제조기 수준으로 떨어져서는 안 되지 않겠느냔 말이다.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대체 누가 한국의 언론을 신뢰하겠는가? 한국의 중앙 언론타블로이드만 못하다라는 소리가 나올까 두렵다.

  적어도 이번 일에 있어서도 러시아의 불안한 정세 그로인해 자신이 쓴 기사가 미칠 영향 그리고 개인의 프라이버시 존중 그리고 하다못해 최소한 공인된 사실에 의거한 기사 작성만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런 불미스러운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타국의 정상 일가에 관해서 전문가로써 글을 쓰는 사람이 그 나라의 정세나 한국에서 이런 기사가 나갈 때 그들이 어떻게 대응할 지 그리고 그 사안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지 정도는 생각해 보고 글을 써야하지 않겠느냔 말이다.

  기자들이 쓴 글이 사실이라고 치자. 하지만 내가 푸틴 총리라고 하더라도 사랑하는 내 딸이 타국에서 가십거리가 되는 것을 불쾌할 것이고 또한 언론에 노출이 되어 혹여라도 테러나 암살 또는 납치와 같은 일에 휩쓸리지 않을 까 걱정될 것이고 여태까지는 좋게 보고 있었더라도 부주의하게 구설수에 오르게 한 딸의 남자친구가 좋게 보이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일가의 품위를 손상시킨 그 녀석이 우리 딸하고 과연 어울리는 녀석인가에 대해서 재고하게 될 것은 식자가 아니라도 상식 수준에서 생각해 보아도 알만한 일이었다.

  결혼이란 것 예식장에서도 아니다 싶으면 걸어나가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두 집안의 결합인 만큼 두사람의 사랑만 가지고 판단할 일도 아니다. 사실 푸틴 총리의 딸과 윤씨와의 열애설이 이번에 처음 있는 일도 아니었다. 이미 2007년부터 나온 이야기였으니가. 하지만, 확정되지 않은 것을 확정된 것 처럼 쓴 것은 언론인으로써 욕심이 지나쳐 원칙을 무시한 것이 아니고 무었이겠는가?  "시집 올까?"나 "시집 오나?"와 "시집 온다"의 차이는 기본적인 국어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알 수 있을 정도로 크지 않은가? 크렘린 고위 관계자에게 "사실 확인 없이 푸틴 총리 딸과 윤 씨의 근거 없는 결혼설을 무책임하게 퍼뜨린 한국 대사와 이를 기사화한 신문사의 보도는 아주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지적당해도 할 말이 없다. 욕먹어 싼 짓 을 해버렸으니 말이다.

  언론은 공정성이 의심받으면 더이상 언론으로써의 의미를 상실하고 만다. 편파적이거나 근거없는 기사를 쓰는것 또는 특정인이나 정당을 비호하는 기사를 쓰게되면 그 언론은 이미 공공의 언론이 아니라 하나의 찌라시나 선전매체가 되고 만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우리나라 언론이 좀 더 품격있는 언론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몇 자 적어보았다. 경어체가 아닌 점 죄송하고 두서 없는 글 시간 내어 읽어주신것에 감사합니다. 밤의추억 이만 물러갑니다. 다음에 또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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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밤의추억(Nightmem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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