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추억의 추억상자]

 오늘은 여행과는 무관한 강연 후기를 하나 포스팅 해야겠네요. 우연한 계기에 밤의추억이 사는 청주의 한 대학에서 국내의 대표적 보안업체인 안철수연구소의 CLO(Cheif Learning Officer)이자 현 카이스트 석좌교수안철수씨가 강연을 온다는 첩보를 입수하게 되었습니다. 안철수씨라고 하면 우리들이 사용하고 있는 V3 바이러스 백신의 개발자입니다. 아마 안철수 연구소를 모르는 분들도 V3라는 제품은 익숙하시겠지요. 흠... 밤의추억이 사는 청주에는 흔히 오지 않는 기회... 두 말 할 것 없이 학생은 아니지만 열 일 제쳐놓고 도강하러 달려갔습니다. ^^: 다행이 쫓겨나진 않았습니다. 히히힛

  강연이 시작되고 안철수씨의 약력이 소개될 때 특이한 것을 하나 발견했는데 안철수 연구소에서 안철수씨의 직책이 CEO(Chief Executive Officer)가 아닌 CLO(Cheif Learning Officer)라는 것인데요. "CLO가 뭐지?" 속으로 궁금했는데 안철수씨의 강연을 듣다가 그 이유를 듣게 되었습니다. 분명 안철수씨는 안철수연구소의 설립자이자 CEO였지만 이제는 자의로 CEO를 그만두고 경영을 도와주고 기업가의 선순환구조를 구축하며 벤쳐 산업에 기여하자는 새로운 목표를 가지게 되면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새로운 직책을 맡았다고 합니다. 참 독특한 분이구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누구는 CEO되려고 별의 별 짓을 다하고 한번 CEO가 되면 또 안 내려오려고 발버둥을 치는데... 하기사 의대와 의대 교수도 그만두고 기업가로 전향하신 분이니... 어떤면에서는 안철수씨 답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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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추억이 찾아간 청주시 한 대학의 강연장 모습


  강연의 주제는 "안철수연구소 사례를 통해서 본 국내 벤쳐기업의 성장과정" 이었습니다.  밤의추억에게는 안철수씨를 직접 본 것이 이번이 처음이었는데요. 첫인상이 기업의 CEO였던 사람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만큼 겸손한 사람이었습니다. 조분조분하고 침착한, 그러나 진실되고 호소력 있는 목소리로 강연을 이끌어가는 안철수씨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이름을 건 회사라서 그런지 참 애정을 가지고 키워왔구나 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안철수씨가 안철수연구소의 CEO에서 스스로 물러난 것이 그만큼 회사가 안정되었기에 가능할 수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문뜩 지금 주가도 많이 내렸는데 안철수연구소 주식 좀 사 놓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안철수씨가 마음 속에 그리고 있는 것들을 차근 차근 실행해 나간다면 아마도 시행착오는 거치겠지만 아마도 대한민국에서 안철수연구소가 기업 지배구조를 가장 건실하게 도입한 한국 IT 기업워킹 모델이 될 테니 말입니다. 투자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강연의 내용은 안철수씨 개인과 그와 동반하여 같이 성장해 온 안철수연구소의 변화 그리고 안철수씨가 생각하는 경영철학 및 한국 IT 벤쳐의 앞으로의 발전 방향에 대한 내용으로 구성되었습니다. 그리고 짧았지만 질의응답 시간도 있었고요. 그런데 두 시간에 걸친 강연을 보고난 감상이 어째 경영 세미나라기 보다는 자기계발 세미나를 들은 기분이었습니다. 아마도 대학생들을 위한 강연이라 그런 배려를 한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밤의추억에게도 자신을 돌아 볼 수 있는 시간도 되었고 정말 오랜만에 다시 학생이 된 것 같은 감상에도 젖어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내용도 공감이 가는 내용이 많았고 딱딱하고 지루할 수 있는 엔지니어링과 경영 쪽 주제였지만 일반인이 듣기에도 부담없이 쉽게 잘 풀어내 주시더군요.

  강연의 내용중 밤의추억에게 와 닿았던 부분은 개인적인 면에서는 안철수 씨가 살면서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원칙과 기업가적인 면에서는 그가 생각하는 기업의 목표에 대한 정의였습니다. 아마도 이것이 오늘날의 안철수씨를 있게 한 원동력이 아닌가 싶어서 소개를 해 볼까합니다. 웬만한 자기계발 서적을 읽는 것 보다 훨씬 더 간단하고 공감이 가면서 안철수씨가 그의 인생으로 보여주는 부분이기 때문에 책에서 흔히 보이는 멋드러진 말들 보다는 신뢰가 간다고 생각이 듭니다.

  안철수씨는 인생을 살면서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에 미래를 위한 객관적인 결정을 내리기 위해 크게 세가지의 원칙을 놓고 결정을 한다고 합니다. 첫째는 일의 본질. 즉, 이 일이 의미있는 일인가. 둘째, 내가 열정을 가지고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인가?  그리고 셋째, 내가 그 일을 잘 하는가입니다. 참으로 단순 명료한 말이지만 마음에 와 닿더군요. 그리고 그 객관적인 결정을 방해하는 요소로 세 가지를 지적했는데요. 짜증나게도 그 세 가지가 다 밤의추억과 익숙한 녀석들 이더군요. 아마도 밤의추억이 우유부단한 탓은 요 세 녀석들을 정복하지 못해서가 아닌가 반성해 보면서 여러분들도 요녀석들을 조심하시라고 열거해 보겠습니다. 그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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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착하지만 진실되고 호소력 있는 목소리로 강연을 진행하는 모습

  첫째, 새로운 결정의 순간 만큼은 그 과거는 잊고 현실에 충실하게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설사 지금의 삶이 굉장히 성공적인 삶이라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사람은 한번 실패를 하면 자신의 결정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되어 과감한 결정을 내릴 때 주저하게 되고 또 자그마한 성공을 이루더라도 그것을 지키려 본능적으로 결정에 주저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과거들은 미래를 위한 객관적인 결정에 방해가 된다는 것인데요. 참으로 일리 있는 말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그는 과거에 의사와 의대 교수를 그만두면서 그리고 이번에 안철수 연구소의 CEO 직을 내려놓으면서 의대교수도 그리고 건실한 기업의 CEO도 둘 다 굉장히 성공적이고 장래가 유망한 삶이었기에 결정을 내리기가 정말 어려웠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결국은 그가 결정을 내렸다는 것을 볼때 그는 자신의 이 원칙에 충실하게 결정을 내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주위에서 왕년에 날렸던 사람들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술자리에서 흔히 나오는 이야기입니다만... 밤의추억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래서말인데 어쩌면 과거에서 자유로와질 수 있다면 오히려 현실과 미래에 도움이 되는 현명한 결정을 내리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반성해 봤습니다.

  둘째, 지금 하려고 하는 일에 대한 주위사람의 평가에 연연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또한 참 도리있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가족과의 유대감이 중요하고 튀기 싫어하는 우리나라 문화에서는 서양보다 이 부분의 영향력이 더 크게 작용함을 밤의추억여행을 하면서 경험한 바가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이런 결정을 내리면 부모님은 무어라고 생각하실까. 사람들은 어떻게 평가할까?" 이런 것을 생각하다보면 결국은 그 결정을 내릴 때 까지의 생각에 영향을 미치게 되며 결국은 객관적인 근거 없이 망설이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는 것입니다. 학생들은 특히 진로 결정이나 이런 문제를 놓고 부모님과 이견이 있을 경우 그리고 사회인들 같은 경우는 이직을 고려한다던가 할 때에 특히 이 부분에서 많은 고민을 하게 됩니다. 어쩌면 이런 부분에서 고민하는게 인간인 이상 당연한지는 모르겠지만 역시 이런 부분들이 결정을 주저하게 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듯 합니다. 우리 주위에서도 이런 저런 사정이나 주위의 시선 때문에 결정에 갈팡질팡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하지만 나중에는 그 때문에 내가 원하는 삶을 살지 못했다고 원망하는 사람들도 같이 보게 됩니다. 역시 결정은 자신에게 충실하게 내리는게 좋은것 같습니다. 밤의추억블로그 포스팅에서 이 점을 극복해야한다고 느꼈습니다. 읽을만한 글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생각이 언제부터인가 부담감으로 작용했는지 글을 써도 글이 나오질 않더군요. 글재주가 없어서 그런 면도 있지만 아무래도 이 글을 다른 사람이 읽으면 어떻게 평가할 가에 너무 치중한듯 싶습니다. 반성하고 고쳐가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셋째, 결정한 일의 결과에 대해 미리 욕심을 부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잘 되지 않을 것이라면 시작 안하느니만 못하다. 뭐 이런 사고방식인데요. 밤의추억도 이렇게 생각하다 보니 살면서 오는 많은 기회를 그냥 놓쳐 버리는 경우가 많은것 같습니다. 너무 고민만 하다가 흐지부지 되는 것들도 많고요. 또 너무 이것 저것 재고 따지다가 결국은 어떤 결정되 내리지 못 하고 시간만 지나가는 때도 허다하고요. 결과야 어떻게 되었던 만약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옳고 가치가 있고 즐겁게 할 수 있으며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이라면 하기도 전에 고민하느라 에너지를 허비하기 보다는 이쪽이던 저쪽이던 결정을 내리고 결과에 따라서 일을 계속 진행할 것인지 아니면 그만 두고 다른 일을 찾을것인지를 찾아보는 것이 생각해보면 오히려 더 효율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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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엄있는 모습보단 친근한 모습으로 강연중인 안철수 교수

  물론 일반적으로 이런 방해요소들을 피해가면서 위에 열거된 원칙에만 의존하여 결정을 내린다는 것은 어려운 일일수도 있지만 적어도 이런 기준에 의해서 결정을 내렸던 안철수씨와 같은 사람이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으니 참으로 대단하단 생각도 들고 나름대로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어떤 신빙성 같은것도 느껴지는군요.

  또 한가지 밤의추억안철수씨가 참 난 사람이라고 느낀것은 그가 '기업의 목표는 이윤 창출이 아니다' 라고 말한 때 였습니다. 너무 이상주의적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안철수씨는 "수익은 결과이지 목표가 아니다" 라는 말을 했습니다. 자세히 돌아다 보면 여지껏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배워왔던 정의인 " 기업의 목표는 수익창출이다" 라는 이 생각 때문에 정말로 많은 소중한 가치들이 잊혀져 갔으며 "수익만 생길 수 있다면 어떤 짓을 해도 괜찮다" 라는 부작용 들이 많이 생긴 것 같습니다. 오늘날 기업인들이 사람들로부터 착취계급이라는 오명을 쓰게 된 것도 모두 다 이런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더군요. 만약 정말로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수익을 최대의 목료로 두지 않고 가치창출을 위해서 노력한다면 어쩌면 수익이라는 것은 그 결과로써 자연스레 따라오는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주와 객이 전도되다 보니 비 양심적인 업주에 기업가에 뇌물 수수와 같은 정치 비리도 생기고 멜라민이 함유된 분유도 생기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아무쪼록 안철수씨와 같은 마인드를 가진 경영인이 더욱 더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혹여 안철수씨가 추구하는 것이 너무 이상론 적인 것이라 해도 밤의추억은 그를 응원할 것입니다. 분명 그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세상에 많아지면 세상은 살기 좋아 질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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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려든 사람들에게 일일이 사인을 해 주고 있는 안철수 교수


  글을 쓰다 보니 또 말이 꽤나 길어졌습니다만 안철수 씨의 강연을 들으면 2시간 가량 정말로 좋은 경험을 했고 또 듣고 느낀 것을 밤의추억 자신의 삶에도 적용해 보며 자신에 대한 것도 많이 깨달은 것 같습니다. 아마 안철수씨는 앞으로도 많은 강연을 다니실 것 같으니 여러분들도 혹시 기회가 되신다면 놓치지 말고 가서 한번 안철수라는 사람을 한번 만나 보시기 바랍니다.

  마침 밤의추억은 안철수씨가 저술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과 '영혼이 있는 승부'라는 두 권의 책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이 기회에 가서 저자의 사인을 직접 받아왔습니다. 역시 유명인이다 보니 저자 사인회도 아닌데 저처럼 책을 준비해 와서 사인을 받는 학생들이 많더군요. 우루루 몰려드는 학생들에게 일일이 이름을 적어주며 사인을 해 주는 안철수씨의 모습에서 겸손하고 다정한 인간미 넘치는 차세대의 경영인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지금까지의 경영인들이 카리스마적이며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고 정주영 회장 스타일의 리더였다면 아마도 차세대의 경영인들은 안철수씨처럼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으며 상생을 추구하는 원칙을 기본으로 하는 그런 사람들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 봅니다. 자 그럼 밤의추억은 다음에 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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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밤의추억(Nightmemory)